나는 알콜 의존증 환자다.
2025년 04월 16일
누굴 원망할까.
그런데 원망을 하는 것이다. 나의 아빠다. 이건 애증의 관계도 아니고 그냥 미운 존재다.
그에 대한 기억은 술 마시는 모습뿐이며 나에게 매질을 가하던 존재로만 기억이 된다.
아빠로서 드라마에서나 소설속에 보이던 모습을 나는 보지 못했다.
퇴근하며 통닭 한 마리를 손에 들고 오지도 않았으며 함께 놀러 가본 기억조차 없으며 함께 식사를 해 본 기억조차 가물 가물할 정도이다.
이젠 사라진 존재이면서도 나의 마음 속 한 켠의 그림자처럼 아른거릴때가 있다.
한 때는 그의 피가 내 몸속에 흐른다는 것이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할 때가 있었다.
이젠 잊혀질만 한 존재인데 나의 행동으로 인해 다시 그 기억이 살아난다.
그는 지독한 알콜 의존증 환자였다. 결국 알콜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의 내 모습이 알콜 의존증 환자다. 알콜 중독자이다.
매일 매일 술을 마시고 있으며 술을 마신 이후에 반성을 하고 괴로워하는 패턴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내 아이에게 미안하다.
내 아이가 나와 같은 경험을 할까 걱정을 한다. 술을 미워했는데 어느새 내 옆에 와있으니 말이다.
나의 아이들도 그러지는 않을까.
그들도 나처럼 아빠를 원망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이 글도 술을 마시고 쓰는 글이다. 점심시간때 말이다. 점심시간 식사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뒤늦게서야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는데 반주삼아 마신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기 위해서 밥을 먹은 것이다. 이건 반식인가? 반식심아 밥을 먹은 것이다.
금주일기
금주일기를 써야겠다. 알콜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삶은 이미 예정된 경로를 걷게 된다. 나는 그 사람과 같은 삶을 살기 싫다. 내 삶의 목표를 만들어 주었던 그 사람을 떠올리긴 싫다. 나는 금주일기를 써야 한다. 오늘부터 매일 매일 써 가겠다.